제80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이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대북 억제를 위한 3각 공조를 공고화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북·미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비핵화 포기’를 요구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조현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22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는 최근 북·중·러 정상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서 66년 만에 역사적 만남을 연출하며 3각 밀착을 과시한 이후 개최됐다.
외교부는 “3국 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 사이버 대응 공조 등 그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대북 억제 태세를 견지하는 가운데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백악관도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를 안정시켰다”며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힌 것과 같은 입장이다.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야 미국과 마주 서겠다고 한 김 위원장의 전날 발언과는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조지아 구금 사태로 빚어진 미국의 비자 문제도 해법을 촉구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미국의 첨단기술,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최적의 파트너로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원활한 인적교류 보장,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 새로운 비자 제도 도입 등이 필수적이라면서 미국 측의 각별한 조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도 “우호적 동맹 관계 등을 고려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3자 회담에서 양자 문제인 비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만큼 비자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에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