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30대 초반이었던 엄마는 남편을 잃고 하나뿐인 딸을 지켜내느라 슬퍼할 틈도 없이 가정을 붙잡는 데 온 힘을 쏟으셨다. 외동이었던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나도 엄마를 따라 교회에서 봉사하고 열심을 냈다. 그것이 주님과 나의 관계라고 여겼다. 교회도 빠지지 않고 엇나가지 않게 착하게 살았다. 칭찬을 받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신앙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님을 알면 알수록 주님은 내 안의 더러운 것들을 비춰 주셨다.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론 원망과 불평이 끊이지 않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를 보게 하셨다. 성령님은 내가 내뱉던 작은 원망조차 날 위해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멸시하는 일임을 깨닫게 하셨다. 이제서야 머리로만 알던 ‘날 위해 십자가 지신 예수님’이 마음으로 믿어지게 되었다.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자녀 됨의 권세를 주신다. 말씀을 머리로만 알던 때에는 상황과 환경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았지만,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죄의 법에서 해방되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게 하셨다. 이제 주님 안에 거하고 말씀 안에 사는 삶이 감사하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나의 대적은 상황이나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원망과 불평, 그리고 이것을 조종하는 악한 영이다. 그때부터 나의 골방은 어둠의 영들과 싸우는 워룸(war room)이 되었다.
얼마 전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속에서는 원망과 미움이 올라왔다. 나는 워룸에 들어가 그것을 십자가 앞에 꺼내놓았다. 십자가에서 모든 괴로움과 억울함을 참으신 주님을 생각하고, 주님의 용서 앞에서도 여전히 자아를 붙잡던 나를 깨닫게 됐다. 그렇게 주님은 멀어진 텐션을 다시 조여 주셨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주님과의 관계를 깨뜨리려는 악한 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결단한다. “매일 주님의 말씀으로 전신갑주를 입겠습니다.”
<약력> △유튜브채널 달빛마을 운영 △‘너는 내게 와 편히 쉬어라’ 등 찬양 작곡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