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 유튜버는 안 부르면서…”

입력 2025-09-24 00:03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최근 정치권에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서면으로 입장 발표 후 퇴청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0일 열릴 예정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에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 내에서는 이번 청문회 사태 시발점이 된 ‘조희대-한덕수 비밀회동설’을 제기한 유튜버를 먼저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3일 조 대법원장과 민주당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한 대법관 4명의 출석 여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 내에서는 여당의 이번 청문회 강행을 사법부를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음모론 수준의 조희대-한덕수 비밀회동설을 사유 삼아 사법부 수장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실체도 불분명한 유튜버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청문회라면 대법원장을 부르기 전에 해당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먼저 불러야 마땅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5월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친여 성향의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측도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열린공감TV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뢰할 만한 취재원에게 제보를 받은 것은 맞는다”면서도 “‘전언의 전언’ 형태라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연락이라도 줬다면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썰’ 수준이라고 얘기해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의 청문회 추진이 음모론 진위공방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원 내에서는 지난 5월 14일 민주당 주도로 열린 법사위 청문회 사례가 거론되는 중이다. 당시 민주당은 같은 달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곧바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청문회를 추진한 바 있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법관이 국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취지의 사유서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는 ‘감사 또는 조사는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원조직법 제65조에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재판부 합의 비공개 원칙이 규정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결과를 두고 판사를 불러 추궁하는 청문회가 허용되면 사법부 독립은 허물어지게 된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난 청문회 출석 요구 때와 같은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장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