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일라이 릴리 미국 공장 4600억에 인수

입력 2025-09-24 00:48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이 미국 일라이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확정 지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압박 부담을 털어냈다. 셀트리온은 이번 인수로 자체 품목 현지 생산 역량과 대규모 위탁생산(CMO) 물량까지 확보했다. 관세 리스크 대응을 넘어 신규 성장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릴리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두 달 만의 본계약이다.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 등을 보유한 글로벌 선두권 제약사다.

서정진(사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생산시설 인수를 통해 관세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방어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인수 대금과 초기 운영비 등 약 7000억원을 투자하고, 이후 유휴 부지를 활용한 증설에 최소 7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총 1조4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인수 주체는 미국법인이다. 공장은 약 14만8760㎡(4만5000평) 규모 부지에 생산시설·물류창고·운영동 등 4개 건물을 갖췄다. 증설 부지는 약 3만6363㎡(1만1000평)에 달해 수요 증가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으로 생산 능력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에는 현지 인력의 고용 승계 조항도 포함됐다. 이미 가동 중인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을 인수하는 만큼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셀트리온 측 판단이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가 모여 있는 미국 제약 산업 중심지 뉴저지의 풍부한 제약 인재풀을 활용해 향후 증설 과정에서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력 파견 문제도 선제적으로 정리했다. 셀트리온은 본사 주재원에게 최근 국내 기업들의 미국 체류 과정에서 쟁점이 된 전문직 취업비자(H1-B) 비자가 아닌 투자사 직원 비자(E2)를 발급받도록 해 변수를 최소화했다.

회사는 이번 인수와 동시에 릴리와 CMO 계약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을 릴리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매출 확대와 투자금 조기 회수를 노린다. 셀트리온은 내년 인수 절차를 마친 뒤 1년간 검증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재승인을 거쳐 내년 말부터 시운전, 2027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셀트리온 주가는 전일 대비 1만5100원(8.93%) 급등한 18만4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