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때아닌 거리 쓰레기 청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 국민 대청소운동’을 제안한 뒤 벌어지는 일이다. 국토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새마을운동 등 국가주의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추석 명절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새로운 대한민국, 깨끗한 국토에서 가족과 손님을 맞이하자”며 전 국민 대청소운동을 제안했다. 이어 “대한민국 새단장 주간(9월 22일~10월 1일)을 통해 깨끗하고 쾌적한 국토를 조성하고, 모든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자”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등에서 전용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 해안가에 쌓인 스티로폼 쓰레기를 목격했다며 전국 단위 청소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 방문객에게 보이는 국가 이미지가 쓰레기로 인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 제안에 전국 각지에서 쓰레기 수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관계부처와 자원봉사자·시민단체 소속 800여명은 같은 날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했다. 전국 141곳에선 2만여명이 자체 청소활동을 벌였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홍수 때 떠내려온 나뭇가지, 어구류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대청소운동 말곤 답이 없어 대통령이 자발적 참여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 개선이란 긍정적 시각 이면에 대통령이 국민을 청소에 동원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란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청소운동을 하는 게 시대에 맞느냐는 설왕설래가 내부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행사에 국민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운동을 제안한 측면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손님을 맞이할 때 마당부터 쓸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국토 환경을 강조하는 건 ‘행정가 이재명’의 오랜 신념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 분당구 수내동 자택에서 성남시청까지 약 8㎞ 거리를 도보로 1시간 걸려 출퇴근하며 직접 쓰레기를 주웠다. 더러운 곳은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고 청소를 지시했다. 한 성남시 출신 인사는 “이 대통령은 ‘권력을 위임받은 행정가는 도시를 깨끗이 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많이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변에 “시장이 밖으로 다녀야 공무원이 청소한다”고도 자주 말했다고 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