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 국민 ○○운동

입력 2025-09-24 00:40

한국 현대사는 ‘전 국민 ○○운동’과 함께했다. 출발은 1970년 시작된 ‘새마을운동’이다. ‘근면 자조 협동’을 내걸고 마을마다 삽과 빗자루를 들었다. 초가집을 헐고 마을길을 넓혔다. 동남아시아 등에 개발원조 모델로 수출될 정도로 환경 개선 성과를 거뒀지만 자발적 참여라기보다 국가 동원에 가까웠다. 10년 넘게 지속된 이 운동은 박정희 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81)으로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정부는 ‘범 국민 절약·저축 운동’을 펼쳤다. 담배와 술을 낭비로 규정하고 절약을 애국의 척도로 여겼다. 이 역시 동원령이 가까웠다. 학생에게 저축통장을 만들어주고,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월급의 일부를 저축했다. “10년간 한 푼 안 쓰고 저축” 같은 미담 기사가 실리던 시절이다.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은 ‘새질서·새생활 운동’을 내세웠다. 교통질서 지키기, 줄서기, 단정한 복장까지 계몽 대상이었다. 명분은 시민의식 제고였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사회통제 수단에 가까웠다. 90년대 후반 쓰레기 대란이 닥치자 정부는 ‘쓰레기 줄이기·분리수거 운동’을 전개했다. 이전 운동들과는 달리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성공한 사례다. 2020년 코로나19 때는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가 전국적 실천으로 이어졌다. 이때도 시민 참여와 자율성이 중심이 됐다.

한동안 뜸했던 전 국민 운동이 소환됐다. 이번 키워드는 대청소. 21세기 한국에서 웬 대청소인가 싶은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전 국민 대청소 운동’을 제안했다. 10월 1일까지 생활 환경이 열악한 지역과 전통시장 주변을 중심으로 청소·정화 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언뜻 그 옛날 새마을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88서울올림픽 등을 앞두고 시행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정비는 부작용이 많았다. 국격이 빗자루질로 갑자기 높아지는 건 아닐 텐데,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이 운동이 얼마나 성공할지 궁금하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