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2027년,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흑산공항, 울릉공항의 여객 수요가 과다 산정돼 사업 타당성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감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감사원이 여객 수요를 재산정한 결과 울릉공항은 국토교통부 예측치인 107만8000명(2050년 기준)에서 55만명으로 49%가, 흑산공항은 108만명에서 18만2000명으로 무려 83%나 줄었다. 이 외에도 활주로 길이, 사업비 증액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지역 민원, 정치권 입김에 휘둘린 신규 공항 건설의 민낯이 드러난 셈인데 지방 공항 사업 부실은 이뿐이 아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지난 11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안전성 평가 미비로 정부 측이 패소해 제동이 걸렸다. 가덕도신공항도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공기 단축을 이유로 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건설이 확정됐거나 협의 중인 지방공항은 가덕도, 새만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등 8곳인데 하나같이 경제성 부족 및 조류 충돌 우려 등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들 공항에 투입되는 사업비가 최대 10조원 이상이다. 막대한 혈세를 쏟아붓고도 경제 효과나 안전성이 미심쩍은 사업을 붙들고 있는 게 상식적인가.
그럼에도 국토부는 새만금 사업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사업에서 철수한 현대건설에 대한 법적 제재도 검토 중이라 한다. 이런 움직임에 지역 국회의원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미 지어진 전국 15곳 공항 중 11곳이 적자투성이다. 지난해 179명이 사망한 무안공항은 최다 적자 공항(2023년 기준)이고 조류 충돌, 짧은 활주로가 참사 원인 중 일부로 지목됐다. 환경, 안전, 경제성이 무시된 후과가 이렇게 크다. 그럼에도 지역 균형 발전 운운하며 낭비적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포퓰리즘으로 뒤덮인 지방 공항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