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부상을 입은 미군을 정성껏 보살핀 90대 세종시민이 전후 75년 만에 미국 정부로부터 상을 받으며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세종시는 지난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5-1차 한미동맹컨퍼런스’에서 임창수(91)옹이 미국 정부의 인도주의 봉사상과 한미연합사령관 명의 감사장을 수상했다고 23일 밝혔다.
임옹은 1950년 7월 금강 방어선 전투 후퇴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랠프 킬패트릭 상사(당시 27세)를 발견해 77일간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연기군 금남면에 거주하며 공주중학교에 다니던 임옹은 금남면 영대리 뒷산에서 킬패트릭 상사를 발견하고는 매일 먹을 것을 가져다줬다. 전투가 더욱 격렬해져 인민군이 출몰했을 때에는 킬패트릭 상사를 집으로 데려와 숨겨주기도 했다. 임옹의 집에 킬패트릭 상사가 숨었을 때 긴장은 극에 달했다. 그가 숨어 있는 멍석 위로 인민군이 앉거나, 얇은 창호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민군의 눈을 피하는 등 발각 직전의 위기 상황을 맞을 때도 있었다. 긴장 속에 숨어 지낸 지 77일째 되던 10월 1일, 임옹은 북상하는 미군에 킬패트릭 상사를 무사히 인계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인 1972년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연락이 닿은 두 사람은 서로 편지를 전하며 우정을 나눴다. 그러나 킬페트릭 상사는 불과 3년 뒤인 1975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킬페트릭 상사의 여동생으로부터 “오빠가 유산을 남겼다”는 연락을 받은 임옹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는 매년 6월 25일 금병산에 올라 그를 추모해 왔다. 이 사연은 임재한 세종시 문화해설사를 통해 최민호 세종시장에게 전해졌고, 최 시장이 매주 직원들에게 보내는 ‘월요이야기’에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인도주의 봉사상 수상은 개미고개 추모제에 참석한 미2항공전투여단 3-2항공대대 마이클 폴링 중령이 사연을 본국에 전달한 직후 결정됐다. 특히 한국전쟁에 참전한 영웅 킬페트릭 상사를 구한 임옹이 한·미 동맹의 상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도 사령관 명의의 감사패를 수여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