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 유가족 함께한 치유 여행

입력 2025-09-24 03:05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도 생명을 나눈 유가족들이 함께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가졌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유재수)와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재경)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8가정 34명과 함께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남 순천·여수에서 ‘우리가족 행복여행’(사진)을 진행했다고 23일 밝혔다. 유가족은 낙안읍성·순천만 습지·와온해변, 여수 오동도 등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를 탐방했고 모닝 요가, 테라리움 만들기 체험, ‘허윤정 트리오’의 정원음악회 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비슷한 상황으로 아픔을 겪은 이들은 여행 내내 함께 울고 웃었다. 2012년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김준표씨의 누나 김연정(54)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했다. 그는 “13년 만에 웃는 어머니 모습을 보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9년 첫째 딸을 뇌사로 잃은 뒤 홀로 다섯 남매를 길러낸 김옥진(66)씨도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했고, 2020년 뇌출혈로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아들을 떠나보낸 김보근(80)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가족과 웃으며 앞으로의 날들을 지켜낼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