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원료인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법안이 규제 논의 9년 만에 국회 첫 문턱을 넘었다. 본회의를 통과해 합성니코틴을 함유한 액상 전자담배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되면 연간 약 9300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2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담배의 법적 정의가 변경되는 건 1988년 법 제정 이후 37년 만이다.
합성니코틴이 담배로 분류되면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과세·광고·판매 규제를 적용받는다. 합성니코틴은 천연니코틴보다 가격이 저렴해 액상 전자담배 원료로 널리 사용되지만,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담배소비세 등 과세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학교 앞이나 자판기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 청소년 흡연 입문 경로로 지적되기도 했다.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는 2016년부터 이어졌으나 업계 반발로 9년째 법제화가 지연됐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연구용역 조사에서 합성니코틴 원액이 연초 니코틴보다 유해물질이 1.9배 많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국회는 지난 2월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후 이날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선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자담배 소매점 간 일정 간격을 두도록 하는 거리 제한 규정 적용은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유사 니코틴에 대한 규제도 이번 논의에서 빠졌다.
소위를 통과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기재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오를 예정이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연간 약 9300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기재부와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자담배협회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세금(제세부담금)이 3조389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