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9> 에스겔

입력 2025-09-23 03:04

바벨론의 통치 아래서도
그발강가의 들꽃은 피어나고
푸른 강물은 흘러갔다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서로 연결되고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가죽이 덮이고
생기가 들어가 큰 군대가 될 때까지
당신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아, 죽음의 골짜기에서 생명의 탄생을 알렸던
환상과 예언의 서사
지금도 인생의 막다른 골짜기에서
마른 뼈가 되어 쓰러진 자들을 일으키는
강물처럼 흐르는 생명의 노래
당신의 눈길이 머무는 곳
절망과 죽음의 레퀴엠이 멈추고
사랑과 평화의 세레나데가 흐르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에스겔은 바벨론의 2차 침공 때 여호야긴 왕과 더불어 포로가 되고, 그 수용소가 있던 그발강가에서 소명을 받았다. 그는 자유를 잃은 유다 백성을 향해 본토 회복의 소망을 선포하며 위로와 용기를 북돋운 선지자였다. 에스겔은 다니엘 선지자에 버금가는 환상과 비유, 묵시와 상징의 표현들로써 장차의 천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데까지 이른다. 시인은 어떻게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일어서서 큰 군대가 되고, ‘죽음의 골짜기에서 생명의 탄생’을 알린 환상과 예언의 서사가 가능했는지 시를 통해 탐색하고 추적한다. 가장 혹독한 ‘절망과 죽음의 레퀴엠’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과 평화의 세레나데’로 변환하는 그 영적 비화를 시인은 에스겔에게서 봤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