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공식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전격 변경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 19일 제9차 회의를 열고 공식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정 내 신축 건축물 대신 라한호텔에서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준비위는 지난 1월 국립경주박물관을 만찬장으로 확정하고 국비 8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2000㎡ 규모의 신축 건물을 건립해 왔지만, 공사 지연과 시설 부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다. 결국 지난 17일 공정률 95%를 보고했음에도 만찬장은 라한호텔로 변경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가능성이 커져 글로벌 CEO를 비롯한 APEC 참가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주부터 장소 변경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경주박물관 만찬장은 최대 수용 인원이 250명 정도인 데 비해 라한 호텔 연회장은 400명 넘게 수용 가능하다. 박물관 만찬장에 조리 시설과 화장실이 없는 점도 문제였다.
경주박물관 만찬 계획이 취소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경주의 품격을 낮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와 시민들은 “성덕대왕신종이나 신라금관 등을 배경으로 촬영한 정상들의 단체 사진이 전 세계에 노출되는 등 경주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는 분위기다. 경북도 관계자는 22일 “박물관 신축 건물이 주요 글로벌 경제행사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식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남을 수 있도록 활용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