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비용 급증에 업무 혼란까지” 철강 파생상품 업계 울상

입력 2025-09-23 00:47
미국 정부의 50%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기업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문가들과 상담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관세 비용뿐 아니라 통관 지연에 따른 배송 비용 증가,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컨설팅 진행 등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닙니다.”

22일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열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기업 간담회에서 만난 화장품업체 A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각종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관이 지연되면서 해상으로 보내던 화장품을 3~4배 비싼 비용의 항공편으로 보내고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문보다 더 많은 물량을 보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함량 가치를 산출하고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미비한 수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6월부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50%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부터 그 대상에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하는 407개 파생 상품을 추가했다. 변압기 엘리베이터 건설기계 트랙터 전선·케이블 화장품 등이 포함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누렸던 기업들은 한 순간에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추가 관세 대상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총 118억9000만 달러(약 16조5663억원)에 달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철강 파생상품 기업 200여곳이 참석했다. 각 회사 관계자는 고율 관세에 대한 부담, 생산 품목 가격 경쟁력 저하, 미국 거래처의 관세 분담 요구 등 고율 관세 여파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석유화학 업체인 B사도 매출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부과로 용기에 관세가 적용되다 보니 다소 어려움이 생겼다”며 “매출의 5~10% 정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협력사인 C사는 고객사가 수시로 데이터를 요구하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다. C사 관계자는 “최근 2~3일마다 관세 관련 데이터를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데, 일상업무는 업무대로 하면서 관세 관련 응대까지 해야하다 보니 너무 힘들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이날 ‘관세대응 119’를 ‘관세대응 119 플러스’로 확대 개편했다. 기존에 산업부·코트라가 운영하던 상담 창구를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범정부 협업 체계로 격상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정책에 대응해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출기업의 관세 애로 의견서 미국 당국 제출 지원, 미국 관세청 사전심사제도 신청 컨설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우리 기업이 거센 관세 파고를 넘어설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며 “정부 지원 정책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