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건희 특검과 한 총재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해당 의혹이 정치권과 통일교의 ‘정교 유착’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특검은 수사 정점인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칼끝을 겨눌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한 총재와 그의 비서실장인 정원주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한 총재는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 뒤 휠체어를 타고 눈을 감은 채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2012년 통일교 1인자가 된 한 총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한 총재가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며 통일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한 총재는 같은 해 4~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수천만원대 목걸이와 명품가방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있다.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이날 심사에 검사 8명을 투입하고, 420쪽 분량의 의견서와 22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통해 한 총재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재가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만큼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그가 소환조사에 세 차례 불응하다가 체포영장 청구 분위기가 짙어지자 자진출석한 점을 토대로 도주 우려도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제기된 의혹이 윤 전 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이달 초 심장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특검 소환에 응했다며 구속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교유착 의혹에 윤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앞서 이번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비롯해 전씨와 권 의원을 잇달아 구속한 상황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24일 열리는 김 여사에 대한 첫 재판에 언론사의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법정 내부 촬영 신청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촬영은 공판이 열리기 전에만 허용돼 재판이 진행되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는다. 김 여사는 오는 25일에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원 넘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은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특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박재현 차민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