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진행한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는 낯 뜨거운 막말과 기싸움으로 난장판이 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격한 공방을 벌이며 회의 파행이 반복됐다. 여당은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 시작 전 노트북 전면에 ‘정치 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는 문구를 써 붙이고 앉았다.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회동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추 위원장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노트북 전면 유인물을 제거하라며 즉각 기선 제압에 나섰다. 추 위원장은 “회의 진행 방해 물건 반입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철거를 지시했고, 야당이 응하지 않자 “회의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겠다”며 나 의원 등 야당 의원 3명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나 의원이 “이곳은 추미애의 법사위가 아니다”고 쏘아붙이자 추 위원장은 “초선 의원이면 가만히 앉아 계시고 5선 의원님은 불법 유인물부터 철거해주시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나 의원이 “야당 의원들 ‘입틀막’ 하는 게 국회냐.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자 추 위원장은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비꼬았다. 나 의원은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윤 전 대통령(79학번)의 3년 후배다.
여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 문제도 강공으로 전환했다. 국회에서 처음 조 대법원장의 회동 의혹을 제기했던 서영교 의원은 “조희대·한덕수 회동, 뜨끔한가보죠?”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박균택 의원은 법사위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요구했다. 박 의원은 “내란특별법 논의 시 입법청문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을 불러 한 전 총리와의 만남 등 의혹, 희대의 판결이 나오게 된 과정을 밝힐 것을 건의 드린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청문회를 추가 안건으로 상정한 뒤 국민의힘 반발에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대선 전인 지난 5월 14일에도 파기환송 경위를 따져 묻기 위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 충돌이 계속되면서 청문회는 오후가 돼서야 본 질의를 시작했다. 여당 의원들은 검찰을 향해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경위를 캐물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상대로 연어 술 파티 의혹 등도 추궁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검사들은 여당이 제기하는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무자비하게 발언권을 빼앗는 것은 위원장의 권한 남용”이라며 “추 위원장에 대한 형사 고발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판 이강민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