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북핵 동결 수용”… 金 “비핵화 절대 없다”

입력 2025-09-22 18:56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간 핵 동결 합의 시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있다(왼쪽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비핵화 포기’임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북·미 간 핵 동결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핵 동결 북·미 대화가 이뤄진다면 조연 역할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비핵화 포기’임을 분명히 했다. 유엔총회,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로 이어지는 글로벌 정상외교전을 앞두고 남북이 본격적인 수싸움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BBC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는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합의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은 매년 15~20기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 핵 생산 동결은 임시적인 비상조치로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분명한 이익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핵 동결’로 대화를 연 뒤 장기적으로 ‘핵 폐기’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 연설에서 “3단계 비핵화론은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우리에게서 비핵화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방 패권 세력이 아직도 핵을 보유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고 이길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재나 힘으로 우리를 압박하고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미국의 제안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핵 능력도 고도화될 것임을 암시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과의 협상은 배제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없다”며 “대한민국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