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두 명이 국제 박사학위 논문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1·2위를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이른 나이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이들은 해외에서 진로를 찾는 대신 한국에 남아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한국인이 한국에서 만들겠다”는 집념을 보였다.
연세대 첨단융합공학부를 졸업한 김용휘(27)·전동수(29)씨는 최근 연세대 공학원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통신 분야 기술 연구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주관 박사학위 논문 경진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모두 ‘인공지능(AI) 기반 통신’이 핵심이다. 김씨는 통신을 더 빠르게, 전씨는 커버리지를 더 넓게 만드는 연구에 집중했다. 김씨가 연구한 ‘전이중 기술’은 두 기지국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간격을 없애 실시간 통신이 가능하게 한다. 전씨의 ‘지능형 재구성 표면(RIS)’ 기술은 특정 물질로 개발한 ‘간이기지국’을 세워 통신 커버리지를 넓힌다. 현재는 5G 광대역 주파수가 벽이나 콘크리트 등을 통과하지 못해 실내에서 사용성이 떨어지지만, 그의 기술이 상용화되면 곳곳에 배치된 간이기지국이 전파를 반사해 ‘완성된 5G’를 누릴 수 있다.
20대 나이에 국제 무대에서 큰 성과를 이뤘지만 이들은 국내에 남아 연구를 이어간다는 선택을 했다. 지난달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씨는 석·박사 생활을 했던 채찬병 교수실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을, 전씨는 삼성전자 입사를 결정했다. 통상 이런 성과를 낸 이들에게는 해외 대학이나 빅테크에서 막대한 보수를 제시하며 러브콜을 쏟아낸다.
김씨는 “언젠가 내 연구와 기술을 모두가 사용하게 될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그 기술을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하며 일한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평가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씨도 한국의 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 기업행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통신 체계는 세대가 변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표준이 마련된다. 한 번 갖춰진 국제 표준은 모두가 따르도록 약속 돼있다. 그런데 6G 표준 채택 시점이 5년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통신 시장 경쟁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는 게 그의 우려다. 전씨는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이기기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때 통신 강국으로 평가받던 한국의 위상을,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다시 일으켜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연구·개발(R&D)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학생 시절부터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졸업한 첨단융합공학부(구 글로벌융합공학부)는 학교 차원에서 생활비와 장학금, 기숙사까지 제공했다고 한다. 그 결과 1기부터 3기까지 이 학부 학생 100%가 의전원 진학이나 취직, 해외 진출 등 외부 손길을 이겨내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