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5년간 6.5조원 지원… 본인부담 30%로 낮춘다

입력 2025-09-22 18:57

이르면 내년부터 100% 본인 부담인 간병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22일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건보 재정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공청회를 열고 간병비 급여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2030년까지 환자 및 보호자의 본인부담률을 3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월평균 200만~267만원의 가구당 간병비를 60만~80만원 정도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지원은 의료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지원 대상은 연령 무관이지만 90% 이상은 요양기관에 입소한 노인으로 추산된다. 2023년 기준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21만5000명 가운데 약 8만명(37.2%)이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내년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500곳(10만 병상) 선정해 이들 8만명의 간병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입원 환자에게 제공되는 간병서비스의 질도 높인다. 정부는 입원 환자 4명에게 공동간병인 1명을 두고 3교대 근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요양병원이 간병인 교육·관리를 위한 전담간호사 1명을 고용하도록 ‘전담간호료 수가’도 신설키로 했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선정되려면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전체 입원 환자 중 고도 환자 비율을 45% 이상 확보하거나 치매, 파킨슨 같은 중도 환자와 고도 환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에 소요될 재정은 5년간 6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일각에선 보호자가 없어 불필요하게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 만연한 상태에서 간병비에 건보 재정이 투입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는 장기 입원에 대한 간병비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입원 일수가 180일, 360일을 초과한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각각 10%, 20% 올라가고 병원에 지급되는 간병 수가는 10%, 20%씩 줄어들도록 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개한 방안을 오는 25일 건강보험 정책 최고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뒤 오는 12월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 혁신과 간병비 급여화 정책이 환자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