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없인 AI도 없다’… “민간이 송전망 투자하게 열어줘야”

입력 2025-09-23 00:12
국가 AI 데이터센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송전선 건설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송전선 건설 계획·투자에 민간기업 참여를 허용해 기업 수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대한전기협회 주최로 22일 열린 ‘AX시대 급증하는 전력수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전력망 확충이 AI시대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을 맡은 빈센트 자카몬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분석관은 “데이터센터 글로벌 전력수요는 지난해 41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45TWh까지 연평균 15% 증가할 것”이라며 “건설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현존하는 데이터센터의 20배 규모로 200만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전력소비량(546TWh)의 약 1.7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자카몬 분석관은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함완균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 대표는 주제발표에서 “발전설비 및 송전선 건설에 최소 5~7년 소요되지만, 데이터센터 입주는 2~3년 단위로 빠르게 진행된다”며 “전력계획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데이터센터 입지 계획도 송전선 확보와 연계되지 않아 시스템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국정기획위원회는 민간 건설역량을 활용해 전력망 건설 기간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근거해 수립되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계획 수립과 경직된 인허가 절차 등은 산업·지역별 전력수요의 단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게 함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 정부가 구글, 아마존 등과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한 사례를 언급하며 “AI, 데이터센터 등 예측이 어려운 수요에 대응하려면 민간기업이 송전선로 계획과 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미나에서는 “전기가 없어서 AI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왔다. 패널로 참여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2029년까지 건설을 신청한 데이터센터가 732개이고 30%만 사업을 진행해도 수요가 15GW인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관련 수요를 3.3GW만 설정했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