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부담 줄여주지만… 막대한 재정투입은 과제

입력 2025-09-23 02:04
게티이미지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간병파산’ ‘간병살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간병비 부담 문제가 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팀의 ‘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는 2014년 6조8540억원, 2018년 8조240억원에 달했다. 증가 추이를 고려했을 때 이미 연간 사적 간병비가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전에도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는 있었다. 대표적인 정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다. 별도의 병동에서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인력이 팀을 이뤄 24시간 간호와 간병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간병인을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어 간병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특정 병동에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도 병원마다 크게 차이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구·인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지방 공공의료원을 활용해 간병비를 지원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도 있다. 다만 이 제도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이용 가능 대상이 매우 제한적인 데다 지자체 재정 상태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크다.


정부 공언대로 간병비 급여화 정책이 본격화하면 간병비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기금은 2026년 적자로 전환하고 2033년 준비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병비에 건보 재정이 투입되면 기금 소진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본인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보호자 없어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2일 공청회에서 장기 입원이나 경증 환자의 입원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장기 입원이나 경증 입원에 대해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향성 자체는 옳지만 근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요양병원 자체에 대한 구조 개편을 장기 과제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1400여개의 요양병원이 있고 여기에는 경증부터 중증 환자, 암 치료 환자, 호스피스 환자 등 다양한 환자군이 섞여 있다. 이들 모두에게 동등한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기능에 따라 요양병원을 세분화해 간병비를 지원할 병원을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급여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환자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금도 환자 4명을 담당하는 간병인에게 환자 1명이 한 달 간병비로 90만원을 내는데, 이는 정부가 책정한 본인부담률 30%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실질적으로 환자가 짊어지는 간병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선 이정헌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