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불가, 남북 대화 거부 발언은 표현만 바뀌었을 뿐 과거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정부를 거치며 한반도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에 동요하지 않고 일관된 대북 정책을 견지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북한과의 접점을 계속 찾아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비핵화 프로세스는 물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특히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조건으로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북·미 대화 지원 등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긴 안목을 가지고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통해 남북 간의 적대를 해소하고 평화적 관계로의 발전을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적대적 행위를 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는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 등의 발언으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선 긋기’에도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조성은 장기적인 과제였다는 것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드러난 말만 보고 믿으면 안 된다. 이를 주관적으로 받아들여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며 “김 위원장 발언에 어떤 조건이 숨겨져 있는지 따져보며 중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9일 북한의 핵 중단(stop)이라는 ‘작은 좌표’부터 도출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핵 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선 대북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등 시일이 필요한 작업임을 언급한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