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 후 바로 다음 주부터 약 3주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시작 일자는 10월 중순이지만,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의원실들은 8월부터 각 부처와 기관에 국감용 자료요구를 보내는 중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그 중 한 곳이다.
위원회는 매년 국정감사 단골 지적 피감기관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대 국회부터 살펴보자. 2016년에는 모바일 게임 단속 인력을 40명에서 15명으로 줄여 불법 게임물이 방치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불법 게임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단속을 못 한 결과인데, 위원회는 예산 부족을 핑계로 내세웠다. 이듬해에는 당시 위원장이 “게임판 농단 세력” 운운하며 특정 인사와 언론을 지목해 국감을 정쟁의 장으로 만든 일도 있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대체불가토큰(NFT) 게임 심의 혼선, 전문지도사 지역 편중 배치, 지도 감독 부실 등이 줄줄이 적발됐다. 특히 등급분류 전산망 구축사업 과정에서 내부 직원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고, 징계를 받은 인사가 징계 중에도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사실까지 폭로됐다. 이는 결국 5489명의 게이머가 국회 앞을 찾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위 의혹 규명을 위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사전등급분류 제도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 제도 존립 자체가 법리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위원회의 존재 근거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졌다.
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도 명확하다. 이름은 ‘관리’지만 실제 기능은 ‘심의’에 치우쳐 있다. 관리와 심의를 ‘잘’하면 모르겠는데, ‘못’하니 문제다. 게임 검열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인 ‘단간론파 사태’, 수많은 인디 게임이 불법 취급을 당해 삭제되어 국내 인디 게임계가 큰 타격을 입은 ‘주전자닷컴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게임사전검열 논란이 헌재 판결을 기다리게 된 것도 게임위가 스스로 제도의 설득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적한다고 개선된 것도 아니다. 국회는 매번 개선을 요구했지만 위원회 문제의 본질은 달라진 게 없다. 내부 비위, 심의 혼선 그 어느 것 하나 게이머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산업은 급변하는데 규제기관은 제자리였다. 결국, 이제는 국감 단골 메뉴가 아니라, 제도 자체를 근본부터 다시 묻는 단계에 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위 관련 질의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질타에 그칠 문제가 아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공약에서 게임위 폐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대신 게임·이스포츠 전담 신설기관 설립을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사후관리 중심 체제 전환과 민간 자율등급분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당과 문체부의 정책 방향성은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반복된 지적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헌재 소원이라는 법리적 변수와 새 정부의 정치적 동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국회가 확인해야 할 것은 이 계획들이 실제 실행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토, 그리고 폐지 이후 새 틀을 어떻게 마련할 지다.
18년간 이어진 ‘관리위원회’ 체제가 더 이상 산업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성난 질의와 영혼 없는 답변이 반복되는 국감의 풍경을 끝낼 수 있을지, 이번 가을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도경 국회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