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트랜시스 동탄 시트연구센터 내구시험실. 100㎏ 성인의 몸무게와 같은 하중을 구현한 로봇이 시험용 시트에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옆 로봇은 시트 등받이를 문지르고, 또 다른 로봇은 옆면을 계속 눌렀다.
이 시험은 일주일 동안 2만번 이어진다. ‘2만번의 반복’은 매주 두 차례 차량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96년의 시간이 필요한 동작이다.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는 어려운 내구성 검증 작업이다.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센터에서는 이런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마모나 찢김이 발견되면 해당 시트는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자동차 시트는 운전자와 탑승객이 가장 오래 접촉하는 장치다. 2만여개 가운데 엔진 다음으로 비싼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최근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캠핑·차박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시트의 안전성·편의성·심미성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찾은 동탄 시트연구센터에서는 시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2007년 준공된 이 센터는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연구를 전담하고 있다. 연구동 1곳, 시험동 2곳에서 500여명의 연구 인력이 내구·강도·안전성 등 180여가지 시험을 수행한다. 시트 버튼을 반복해 누르는 매뉴얼내구시험실, 영상 80도에서 영하 40도까지 극한 환경을 견디도록 설계된 복합환경시험실, 시트 내 에어백 성능을 확인하는 파워내구시험실 등에서 매일 수십종의 시트가 검증된다. 박형민 시트편의시험팀 책임은 “시트는 탑승자의 안전과 편안함에 직결되는 부품이라 모든 시험을 철저히 수행한다”고 말했다.
시트는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발전이 큰 부품 중 하나다. 1920년대 시트는 나무 프레임에 가죽이나 천을 씌운 단순한 구조였다. 30년대 금속 프레임과 스프링이 도입되며 내구성과 승차감이 개선됐다. 60년대에는 안전벨트와 헤드레스트가 추가돼 부상 위험을 줄였고, 열선 시트도 등장했다. 90년대에는 통풍 기능이 적용됐으며, 2000년대 들어 전자제어장치(ECU)가 도입돼 조절 정밀도가 높아졌다. 2020년대에는 마사지·스피커 기능 등까지 더해졌다.
연구동 1층 홍보관에서는 시트의 미래를 만났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대가 사라지고 좌석 구분도 의미가 없어진다. 자동차가 회의실·휴식처·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뀌는 미래가 구현돼 있었다. 시트에 앉으니 레이더 센서가 심박수·호흡·체압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기능이 작동했다. 하단에서는 발 마사지 기계가 돌아갔고, 앞쪽 모니터에서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변득규 시트모빌리티설계팀 책임은 “자율주행 레벨4가 상용화되면 이런 실내 환경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은 레벨3 수준이며, 레벨4는 2028년 이후 본격 도입될 전망이다.
도심항공교통(UAM) 시트도 전시돼 있었다. 항공기 좌석과 비슷하지만 낮은 상공을 나는 만큼 더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자동차 시트에 주로 쓰이는 철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가죽 대신 메시 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8㎏까지 줄였다. 통상 30~35㎏에 달하는 시트 무게를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첨단 시트 기술이 응집된 결과물이었다.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2조7000억원 가운데 4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2019년 통합 출범 이후 96% 성장했다.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