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 격파, 케이팝, 한옥 배경이 어우러져 모든 게 완벽하다. ‘멋지다’라는 단어가 이 태권도 공연에 가장 들어맞는다.”
21일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천우각 앞 특설무대.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원이 다른 동료를 딛고 도움닫기 해 5m 높이에 있는 송판을 뒤돌려 차기로 부수자, 세네갈에서 온 바라 삭(35)씨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 음악으로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소다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태권도 상설 공연이었다. 15명의 국기원 시범단원이 20분간 품새, 격파, 가상 격투를 연이어 선보였다. 특설무대 관중석 200여석은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관람객들은 시범단이 발차기로 송판을 격파하고, 상대를 쓰러뜨릴 때마다 ‘와’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3명 중 1명은 외국인이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들은 처음 보는 태권도가 신기한 듯 동작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일부는 휴대전화로 공연 모습을 촬영했다. 중국인 왕위동(23)씨는 “절도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인 지오반나(62)씨는 “15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발차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태권도 공연은 2007년 시작된 서울시의 대표적인 문화 행사다. 누적 관람객만 80만명에 달한다. 올해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국기원 등 11개 팀이 번갈아 가며 지난 5월부터 토·일요일마다 하루 2회씩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 상설 공연은 다음 달 19일까지 열린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관광 명소에서도 비정기적으로 거리·특별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관람료는 모두 무료다.
주목할 것은 높은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다. 올해 34회의 상설 공연과 12회의 거리·특별 공연이 열렸다. 관람객 1만3855명 중 5200명(37%)이 외국인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외국인들에게 태권도 공연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을 위한 태권도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품새, 발차기, 격파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 매주 일요일 상설 공연 뒤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중국인 마옌(40)씨는 “자녀들에게 태권도를 권유하고 싶을 만큼 재밌었다”고 평가했다.
이재화 서울시 관광산업과장은 22일 “앞으로도 서울 곳곳에서 태권도 공연과 체험을 진행해 관광객들이 태권도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