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업무상 재해 조사 기간을 법정화하고 법정 기간 초과 시 보험급여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산재보험 처리가 늦어지면 산재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먼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노동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산업재해 보상보험 정책 토론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선지급 방침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었다.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 산재 처리 기간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완화하려면 선지급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산재 신청이 불승인으로 결론 났을 때 정부가 선지급한 돈을 얼마나 돌려받아야 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차가 있었다. 안태훈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산재 신청이 불승인됐다고 환수하면 선보장 제도가 무이자 대출처럼 되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환수를 아예 하지 않으면 부정 수급이 될 수 있어 정부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산재 신청의 최종 결론이 불승인으로 나더라도 정부가 선지급한 보험금을 환수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선지급금을 아예 환수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보장 제도의 취지가 산재 처리 지연으로 고통받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성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적정한 선지급 보험금 수준에 대해 “주요국 상병수당 수준인 원래 받던 임금의 60~70%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재 피해자의 과도한 입증 책임 문제도 제기됐다. 이 활동가는 “기업의 영업비밀 주장에 막히고, 정보 접근권도 없고 의학적 지식도 없는 노동자가 어떻게 질병과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안 분석관은 “불승인 시 근로복지공단이 그 결정의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