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 기여시 美에 수익 추가 요구하자”… 재계, ‘한국식 모델’ 제안

입력 2025-09-22 18:38 수정 2025-09-22 20:27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 방식을 두고 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성과에 따른 최소 수익률을 명문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개최한 ‘관세 협상 이후 한·미 산업협력 윈윈 전략 세미나’에서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일본은 자신들에 불리한 조건임을 알면서도 그동안의 대미 투자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 협상에) 합의한 것”이라며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화된 ‘한국식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먼저 연 5~7% 수준의 최소 수익률을 명문화하고, 현지에서 1000명을 고용하면 수익률 2% 포인트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일자리나 공급망 연동형 수익배분 구조를 미국에 제안해볼 만한 한국 측의 협상 카드로 제안했다. 이어 주요 산업에서 최소 15%의 기업 지분을 확보해 기업의 의결권에 참여할 수 있는 실익을 얻거나, 전체 투자액의 5~10%를 연구·개발(R&D) 전용으로 지정해 미국 에너지부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프로그램과 협력하도록 하고 여기서 발생한 지식재산권을 양국이 공동 소유하는 방안도 제시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이 관세 협상을 계기로 통상뿐 아니라 외교·안보 등 현안까지 ‘패키지 딜’로 타결짓자는 제안도 나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대미 투자의 대가로 우호적 투자수익 배분과 전문직 비자 및 고용 안정화, 대미 투자 세액공제 보장, 방위비 분담률 동결 등을 포괄하는 패키지 딜 전략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내 경제주권 수호를 위한 정치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20~3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세미나에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를 향해 비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작업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국내 전문인력의 파견이 불가피하다. 양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비자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최근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 사건이 미국 인력 고용 압박을 위한 조치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단기간에 숙련된 현지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고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대한상의 국제통상위원회에서도 기업들은 조선·원전 등 미국 내 공급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전략 산업에 대한 관세 유예나 면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 내에서 자재나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품목들에 대한 관세로 제조원가 부담이 너무 커져 양국 간 협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