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21일(현지시간) 잇따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서방 주요국이 이스라엘 압박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도의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두 국가 해법’을 지속시키기 위한 국제 공조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영국, 호주, 포르투갈도 국가 승인 대열에 합류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두 국가 해법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며 “하마스에 미래도, 정부 내 역할도, 안보 역할도 없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147개국에서 151 개국으로 늘었다. 주요 7개국(G7) 중에선 캐나다와 영국이 처음이며 프랑스도 곧 동참할 예정이다.
두 국가 해법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수립하는 방안이다. 1993년과 1995년 오슬로 협정을 통해 구체화됐지만 양측의 분쟁은 중단되지 않았고 2023년 10월 시작된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폐허가 됐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 주민 6만5000명이 숨졌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약 40%만 관할하고 있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등 제 기능을 하는 단일 정부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가자지구 전쟁을 이어가는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지도자들은 테러에 막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라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대응 차원에서 서안지구 일부 합병을 선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은 동맹국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평가 절하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여전히 보여주기식 제스처가 아니라 진지한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보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각료는 아사히신문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끝까지 고민했지만 미국을 거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아직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