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은 하나님 공공재” 교단 넘어 예배당을 내주다

입력 2025-09-23 03:01
천주찬(왼쪽·성광교회) 백상욱(오늘의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광진구 오늘의교회 예배당에서 서로 손을 맞잡으며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교단의 장벽을 뛰어넘은 두 교회가 100일간 예배 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아름다운 동행’에 나섰다. 서울 광진구 오늘의교회(백상욱 목사)와 성광교회(천주찬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인 성광교회는 지난 7월 예배당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마땅한 예배처를 찾지 못했다. 이를 알게 된 인근 오늘의교회가 예배당을 내어줬다. 두 교회 사이는 도보 10분 거리다. 주중 새벽예배는 두 교회 목회자가 번갈아 인도하고 주일은 시간대를 나눠 예배드린다.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강단과 사역을 나누는 협력이다.

백상욱(58) 천주찬(41) 목사를 최근 오늘의교회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자는 말에 백 목사가 먼저 “우리 손잡을까요” 하고 물었다. 천 목사는 미소와 함께 흔쾌히 백 목사 손을 덥석 잡았다.

예배당은 하나님 나라 공공재

개교회 중심주의와 교회 간 과도한 전도 경쟁은 한국교회의 오랜 병폐다. 많은 목회자가 지역교회 간 연대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선뜻 손을 내미는 데 주저하는 이유는 우리 교인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는 일명 ‘수평 이동’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백 목사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 우리 교회도 성전 건축 중에 이웃 교회 도움을 받아 2년 넘게 함께 예배드린 경험이 있다”며 “교회 간 교류는 두 교회 교인 모두에게 훨씬 깊은 은혜와 연합의 경험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건물은 하나님 나라 차원에서 보면 공공재”라며 “이웃 교회가 어려울 때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천 목사는 “리모델링을 앞두고 예배 환경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었는데 오늘의교회가 흔쾌히 환대해줘 교인들이 큰 위로와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청결한 시설, 열린 분위기에서 예배드리며 우리 교회도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교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처음엔 걱정했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며 예배당 공유가 불편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고 성경이 가르치는 올바른 길이라 생각하게 됐다.

오병준(62) 오늘의교회 집사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성전인 교회 공간을 어려움을 겪는 이웃교회와 함께 공유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우리 교회’에만 집착하지 않는 목사님들의 열린 사고를 보며 배우는 게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역 전문화로 좋은 마을 만들어

두 교회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두 교회는 2016년부터 이미 인근 4개 교회와 함께 ‘좋은동네만들기 교회연합’을 꾸려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 나눔, 청년 연합예배, 다음세대 교육 등 다양한 연합사역을 실천하고 있다. 각 교회가 잘하는 분야를 나눠서 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복지 사각지대를 돌본다. 관공서와의 연계 활동도 활발하다.

오늘의교회는 지역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무료 조식 나눔, 개방형 카페, 대안학교 사역 등에 집중한다. ‘부침개 전도’로 유명한 성광교회는 생활밀착형 전도를 꾸준히 실천한다. 두 교회 모두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백 목사는 “중형교회로서 모든 사역을 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교회별로 사역을 특성화해 전문성을 갖추는 게 더 건강한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교회는 서로 경쟁하는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공교회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목사도 “한 그루의 나무만 우뚝 성장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라는 큰 숲이 함께 어우러지는 걸 보며 교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교인들의 인식 폭도 넓어진다”고 거들었다. 지역 교회가 마을 단위의 목회를 공동으로 기획해 좋은 마을을 만들어내고 선교적 교회의 전형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두 목회자는 교회 간 연대와 협력으로 인한 사역의 시너지 효과는 자연스레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백 목사는 “작은 걸음이더라도 연대와 협력이 한국교회 새길을 열 수 있다”며 “교회가 서로 품고 섬길 때 사회도 교회를 진정성 있게 바라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