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아내 “예수께서 그러셨듯 암살범을 용서한다”

입력 2025-09-22 18: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 추모식에서 고인의 아내 에리카를 위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보수주의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기리는 추모식에서 커크의 아내가 남편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한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신앙에 관한 메시지와 찬송가가 흘러넘치면서 부흥회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추모사를 한 커크의 아내 에리카는 남편을 총격 살해한 타일러 로빈슨을 용서한다는 뜻을 밝혔다. 에리카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릅니다”라는 예수님의 십자가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그를 용서한다. 그것이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이라며 “증오에 대한 해답은 증오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커크)는 자기 생명을 앗아간 바로 그와 같은 젊은이들을 구하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에리카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에리카는 남편이 설립한 ‘터닝포인트 USA’의 유산을 이어가겠다며 “찰리의 비전과 노력으로 터닝포인트 USA가 이룬 모든 것을 우리는 10배 더 크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추모사에서 커크를 ‘순교자’라고 불렀다. 그는 “찰리 커크는 천국의 영광 속에 영원히 잠들어 있다”며 “찰리는 우리에게 단순한 정치적 재정렬이 아니라 영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의 신앙으로 힘을 얻고 용기로 북돋우며 그의 모범으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커크에게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수용 인원 7만3000명인 이 경기장을 가득 채운 추모객들. 장내외 추모 인파는 20만명에 달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특히 “찰리는 자신의 반대자들을 미워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최선이 있기를 바랐다. 그 점에서 나는 찰리와 의견이 달랐다”며 “나는 내 반대자들이 싫고 그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는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또 “한국 서울에선 군중이 모여 성조기를 흔들며 ‘우리는 찰리 커크를 지지한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커크는 피격 며칠 전 방한해 보수주의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추모식에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등 핵심 각료들이 집결했다. 밴스 부통령은 “찰리는 우리 정치의 균형을 재편한 조직을 구축했고, 예수 그리스도가 만왕의 왕이라는 진리를 가져왔다”며 “우리는 그가 미국의 영웅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스데반의 순교와 커크의 죽음을 비교하면서 “비겁한 암살자가 찰리의 삶을 끝냈을 때, 나는 찰리가 집으로 돌아오는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서 계신 하나님의 아들을 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추모식에 대해 “보수적 기독교가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 정치와 어떻게 융합됐는지를 보여주는 정점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평소 공개 연설을 거의 하지 않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연단에 올라 “(지난해 대선 때) 찰리는 단순히 도움을 준 게 아니라 승리를 결정짓는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추모식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와 나란히 앉아 귓속말을 나누고 악수도 했다. CNN은 “머스크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불화를 겪은 뒤 커크가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스테이트팜 스타디움 안팎의 추모 인파는 20만명에 달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