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지귀연이 무슨 일을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 바로잡고
사법개혁 필요성 크지만
이것이 삼권분립 훼손과
위헌으로 이어지면 안 돼
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사법의 정치화 바로잡고
사법개혁 필요성 크지만
이것이 삼권분립 훼손과
위헌으로 이어지면 안 돼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는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할 것이다. 삼권분립 차원에서 사퇴를 요구해서도 안 되고, 사퇴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때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지난 5월 1일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고 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나온 선고였다. 7만쪽의 방대한 사건 기록을 이틀 만에 전자문서로 숙독했다고 했다. 파기환송 다음날 고등법원으로 결정문 이첩을 비롯해 재판부 배당, 첫 기일 지정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전례를 찾기 힘든 빠른 속도라는 점에서 조 대법원장이 대선을 좌지우지하려는, 쉽게 말해 이재명이 대통령이 안 되게 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선고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도 무시한 채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비자금 사건이 있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김대중 비자금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며 수사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지금 수사를 하면 대선에 개입하는 결과가 된다며 수사를 대선 후로 미뤘다. “이 사건을 수사할 경우 대선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극심한 국론 분열, 경제 회생의 어려움과 국가 전체의 대혼란이 분명해 보이고, 대통령 선거일 전에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 김태정의 이런 결정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도 지지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이때 검찰이 수사에 응했더라면 김대중은 대통령이 못 됐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조 대법원장의 파기환송은 대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헌법으로 보장되고 독립성이 생명인 사법부 수장을 여권이 힘으로 끌어내리려고 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직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탄핵과 특검을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역풍을 우려해 한발 물러섰다. 그러더니 대선 후 석 달 만에 다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발단은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였다. 법원장들이 사법부 독립, 제도 개편 과정 사법부 참여 등의 입장을 내자 대법원장의 입김이 뒤에서 작용한 것으로 보고 발끈한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탄핵 대상 아니냐”고 말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실도 가세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대통령실의 의중을 들킨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거의 집단린치 수준이다. 조 대법원장 개인이 아무리 미워도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까지 침해해서야 되겠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여권의 증오도 마찬가지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은 지난 3월 구속기간 산정을 ‘날’에서 ‘시’로 바꾸는 희귀한 계산법으로 윤 전 대통령을 풀어주더니 최근에는 늑장 심리로 민주당의 화를 돋우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지귀연을 재판에서 배제하기 위해 밀어붙였던 것이 특별재판부다. 그러나 삼권분립 훼손 등 위헌성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사법권은 법원에 있다는 헌법(101조) 개정 없이 특별재판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박희승 의원)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이 특별재판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며 “삼권분립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은 변호사의 말이라면 몰라도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다. 더구나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리고 직접선출 권력, 간접선출 권력”이라고 말한 것은 사람들이 말다툼을 벌이다 “너 몇 살이야”라며 나이로 찍어 누르려는 것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이제 차분해질 때가 됐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