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안을 4가지로 공개하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연내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영농형·산업단지 태양광 확대,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등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감축목표는 최소 40% 후반에서 최대 67% 중 공론화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미뤄온 숙제를 부지런히 하면서 국제사회의 속도를 따라가려면 과감한 수치목표를 택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통합에 대한 여러 우려도 제기되지만 정부 개편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국이 기후위기 대응의 고삐를 다시 쥐겠다는 신호이길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긴장도 커진다. 과감한 목표의 이행은 엄청난 도전 과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지 태양광 갈등에서 봤듯 생태계 파괴와 주민 반발은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면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짓느냐다. 입지 원칙을 사전에 확립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제시하는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사전 입지계획’을 세워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은 회피해야 한다. 둘째, 개발이 불가피한 부지에서는 ‘단계별 저감 원칙’을 적용한다. 사업 단계별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원하며, 필요하면 보상까지 하는 방식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줄이고 환경 갈등도 완화할 수 있다.
갈등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기존 발전원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낮아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공간계획이 필수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태적·물리적 요인을 고려해 잠재 부지를 찾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 도시계획에 통합해야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전력망 계획도 한결 수월해진다. 미국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을 통해 태양광 입지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태양광 가능 지역 중 회피 지역을 걸러내고, 전력망과 개발 여건을 고려해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우선 부지를 평가한다. 독일은 각 주가 전체 면적의 2%를 풍력 발전 부지로 확보하도록 의무화했다. 동시에 생태보호구역인 나투라(Natura) 2000은 제외해 기후 대응과 생태 보전을 꾀한다. 유럽연합(EU)의 자연복원법과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도 같은 기조를 강조한다.
재생에너지와 생태계 보전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생물다양성과의 공존을 전제한 입지 계획이야말로 탄소중립을 향한 필수 조건이다. 고차방정식을 푸는 데 쉬운 길은 없다. 지역별 특색에 맞는 적절한 부지를 찾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함께 도전하고 협력해야 한다. 본격적인 전환기를 앞둔 지금, 사회 전 분야가 지혜를 모아 기후·생태위기 대응의 길을 열어야 한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