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청년들 더 가까이… 교회서 클럽 박람회 활짝

입력 2025-09-23 03:04
큰은혜교회 청년 성도들이 21일 서울 관악구 교회 앞마당에서 열린 ‘CLUB 박람회’에서 커피 추출 시연을 바라보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 본관 1층에 ‘클럽(CLUB)’이 문을 열었다. 음주가무를 위한 클럽이 아니다. 러닝(달리기), 클라이밍(암벽 등반), 사진, 커피, 보드게임, 전시·공연 감상 같은 동호회 클럽이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예배당을 빠져나온 청년들은 클럽별로 마련된 부스를 둘러보며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가입 신청서를 적으며 이후 모임을 기약했다. 한쪽에서는 핸드드립 커피 시음회가 열렸고, 러닝과 클라이밍 클럽에서는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왕복 5㎞ 코스의 한강변을 달려보거나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암벽 등반을 해보며 땀을 흘렸다. 청년 사역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 큰은혜교회 ‘CLUB 박람회’ 모습이다.

청년들이 사진 클럽 ‘포토스’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

큰은혜교회는 이번 박람회를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더 쉽게 공동체에 속하도록 돕는 관문으로 삼으려 한다. 기존 소그룹 모임은 나이를 중심으로 운영돼 관심사와 성향이 다른 청년들에게는 문턱이 높게 느껴졌다. 하지만 클럽 활동은 취미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하므로 신앙 공동체 안으로 깊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에 조직된 9개 클럽 모두 청년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청년들 스스로 교육을 마친 뒤 팀을 꾸리고 리더로 섬기고 있다.


교회 동호회는 일반 사회 동호회와 다르다. 한 차원 더 높은 공동체성을 청년들이 경험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다. 박람회를 둘러보던 청년들도 신앙과 취미가 어우러진 공동체를 기대했다. 한별(28)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교회 내 클라이밍 클럽에 가입했다”며 “박람회 전부터 비정기적으로 모여 왔었는데, 일반 동호회와 달리 신앙 안에서 같이 땀을 흘리다 보니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전시공연 관람 클럽 ‘미학당’ 부스 전경.

박람회를 기획한 교회 청년교구 운영위원회 윤영록(31)씨는 “사회 동호회는 개인 필요가 우선이라 쉽게 소모되지만 교회 안 클럽은 공동체에서 시작해 이웃 사랑으로 나아간다”며 “지속성과 방향성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온(32)씨도 “관심사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기도해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거들었다.

교회가 취미를 통한 교제의 장을 제공한 건 청년세대의 고민을 청취한 결과다. 윤씨는 “요즘 청년들은 자신의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는 방법에 관심이 많고, 사회에서 경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교회에서도 똑같이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며 서로 교제한다면 공동체가 더욱더 편안해지리라 본다”고 했다. 박씨 역시 “요즘 청년들은 현실의 문제로 포기하는 것이 많고, 타인과 비교하며 우울해질 때도 종종 있는 것 같다”며 “공통 관심사로 모여 같은 신앙 안에서 함께 기도하고 위로받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이규호 목사가 축구 클럽 부스를 찾아 손흥민 선수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사진을 찍는 장면.

이규호 목사는 “요즘 청년들은 저희 세대보다 훨씬 더 정직하고 공정을 중시하며 품격도 갖추고 있다”며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함께’라는 가치인데, 신앙 안에서 함께하는 힘이 보태진다면 대한민국 크리스천 청년들은 천하무적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가 먼저 나서 문화를 선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 뺏겨 그 문화가 나쁘게 사용되지 않도록 교회가 청년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복음을 위해 유튜브 인공지능(AI) 등을 적극 활용하고 주도할 수 있도록 교회가 청년들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복음을 위해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라. 실수해도 된다.’ 이렇게 격려해주면 한국교회의 미래인 청년세대가 반드시 살아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