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빠른 특허’가 시장 선점을 가른다

입력 2025-09-23 00:32

로봇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각국은 로봇을 신성장 동력 또는 전략 기술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공장에 국한됐던 로봇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자동화 수요 증가로 식당, 호텔, 물류센터를 거쳐 이제는 가정 내 돌봄 영역까지 확대되며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테슬라, 보스턴다이내믹스, 유니트리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업화에 뛰어들면서 관련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50년까지 5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3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위니가 진출한 자율주행 로봇 시장 역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는 2030년까지 글로벌 자율주행 로봇 시장이 221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로봇산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고령화, 저출산, 3D업종 기피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 있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로봇은 생산 효율성을 높일 혁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로봇을 도입하면 파업이나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초기 비용은 들어도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절감, 수익성 개선, 품질 균일화, 생산 안정성 확보 등의 이점이 있다. 로봇을 통해 근로자 업무 편의성이 높아지고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기술의 중요성은 당연하고, 그 기술을 보호할 특허 및 상표 출원은 필수적 과제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영국 기업 오카도와 노르웨이 오토스토어 간 물류 로봇 관련 특허 침해 소송도 이런 경쟁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술 변화는 이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대비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수준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특허 출원과 등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이 확대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특허 분쟁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현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더 빨라져야 한다.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산을 보호하려면 보다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특허를 출원하더라도 심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국내 특허 심사에는 평균 16개월가량 걸리며, 경우에 따라 3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특허권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출원 후 1년6개월이 지나면 ‘특허공개공보’를 통해 기술이 공개되는데, 심사 결과가 늦어질 경우 기업은 전략적 판단이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오히려 경쟁사에 기술을 선점당할 위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허청은 ‘우선심사 제도’를 운영해 중요한 발명이나 긴급한 기술에 대해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평균 8개월~1년이 소요된다.

특허에서 시간은 금과 같다. 먼저 선점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인 이 시장에서는 빠른 결과 도출이 경쟁력이다. 로봇 시장의 규모와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지금 더욱 빠른 대응이 절실하다. 기술창업은 상용화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술 기반 기업의 성장과 보호를 위해서는 더더욱 정부의 뒷받침이 요구된다. 특허청에 로봇 분야에 특화된 심사 인력을 보다 확충해야 한다는 관련 업계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