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시비옹테크(2위·폴란드)가 한국 데뷔전에서 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시비옹테크는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25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11위·러시아)를 상대로 2시간 43분 혈투 끝에 2대 1(1-6 7-6 7-5) 역전승을 거뒀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1세트를 2022년 대회 우승자인 알렉산드로바에게 무기력하게 내줬다. 하지만 2세트는 달랐다. 시비옹테크는 타이브레이크 끝에 7-3으로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도 두 선수는 게임 스코어 6-5까지 팽팽히 맞섰다. 접전 끝에 알렉산드로바의 서브 게임을 시비옹테크가 따내면서 승부를 갈랐다.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출전해 거둔 우승이다.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시비옹테크는 지난달 신시내티오픈 우승에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전날 열린 단식 4강전에서는 마야 조인트(46위·호주)를 2대 0(6-0 6-2)으로, 8강전에서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39위·체코)를 2대 0(6-0 6-3)으로 손쉽게 꺾었다. 비로 인해 두 경기를 연달아 치러야 했지만, 두 차례 모두 베이글 스코어(6-0)를 기록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시비옹테크에게 서울은 의미가 깊은 장소다. 아버지 토마즈가 1988 서울올림픽 때 폴란드 조정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이번 대회가 열린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 테니스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우승 후 9000여명의 만원 관중을 향해 한국어로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 그는 “가족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곳 서울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아버지가 올림픽을 치른 곳에서 우승할 수 있어 영광이다”며 “내년엔 아버지와 함께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에도 대회에 출전하려 했지만 도핑 문제로 아시아투어를 취소한 바 있다.
2022년 대회 우승자인 알렉산드로바는 대회 최초 단식 2회 우승을 노렸지만 좌절됐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알렉산드로바는 “서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라며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