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우울증 부르는 관절염, 조기 진단·관리 중요

입력 2025-09-23 00:10

지난해 국내 연구에 따르면 관절염을 앓는 고령자의 약 15%가 우울 증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8배 높았다. 관절염은 ‘만성적인 관절 통증→활동 제한→사회적 고립→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보다 통증에 대한 인식과 감정 반응이 더 강해 관절염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깊어질 수 있다.

관절염은 우울증을 넘어 노인 자살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1년 국제 학술지 발표 자료를 보면 관절염 환자의 5.6%가 자살 생각을 경험했다. 이는 비환자군(2.4%)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자살 위험은 우울증이 동반되고 통증 지속 기간이 길수록, 일상 수행 능력이 떨어질수록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관절염은 낙상의 주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낙상은 대퇴골(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대퇴골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10.7%, 85세 이상에선 20%에 달한다. 골절 이후 ‘장기 침상 생활→폐렴, 욕창, 근감소증, 우울증→사망’이라는 연쇄적 경로 때문이다.

대한전문병원협회 권세광(연세본사랑병원장) 학술위원장은 22일 “관절염은 초고령사회에 단순한 관절의 질환이 아니라 정신 건강을 붕괴시키는 사회적 질병”이라며 “현재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을 추진하며 재택 노인의 건강 유지를 위한 모델을 실험 중인데, 여기에 정형외과적 개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돌봄의 중심에 낙상 예방을 위한 관절 건강 유지, 근력 강화, 보행 안전성 확보라는 정형외과적 과제가 놓여 있다. 이는 단순 방문간호, 물리치료 수준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지역의 관절 전문병원이 통합돌봄의 핵심 파트너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기반의 낙상 예방, 맞춤형 운동 처방,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개입을 통해 우울증, 자살, 사망률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2차 중점병원 및 필수특화 분야’에 암·심혈관·중환자 치료 등에 견줘 관절 분야는 경증 진료로 분류돼 소외돼 있다”면서 “관절 질환의 사회적 무게를 제대로 인식하고 관절 분야를 필수특화 과목으로 재조명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