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대미 관세 부담이 무려 47배 이상 늘어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액 대비 관세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대미 수출 상위 10개국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관세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대미 수출 관세액은 33억 달러(약 4조6167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하면 관세 부담이 무려 4614%(47.1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캐나다(1850%·19.5배), 멕시코(1681%·17.8배), 일본(724%·8.2배), 독일(526%·6.3배), 대만(377%·4.8배)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상승률이 월등히 높은 건 올해 1분기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관세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난 4월부터 보편관세 10%가 적용됐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25%), 철강·알루미늄(50%) 등에 대한 품목 관세가 잇달아 적용되면서 한국에 부과되는 관세액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한국의 2분기 대미 관세 부과액은 중국(259억3000만 달러), 멕시코(55억2000만 달러), 일본(47억8000만 달러), 독일(35억7000만 달러), 베트남(33억4000만 달러)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액이 가장 많은 중국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증가액이 141억8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120.6%(2.2배)로 10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도 이미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전지 등의 품목에 고율 관세가 적용된 영향이 크다.
한국의 2분기 대미 수출액은 328억6000만 달러로 10개국 중 8위였다. 하지만 한국에 부과된 관세액(33억 달러)을 수출액으로 나눈 실효관세율은 10.0%로 중국(39.5%), 일본(12.5%)에 이은 3위였다.
유독 한국이 수출액 대비 관세 부담이 큰 건 자동차 관세 영향이 크다. 한국에 부과된 2분기 관세액을 품목별로 보면 57.5%(19억 달러)가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였다. 기계나 일부 전자제품의 경우 제품에 함유된 철강이나 알루미늄 같은 파생상품에 대해 6월부터 50%의 관세가 적용된 영향도 크다.
반면 2분기 대미 수출액이 481억6000만 달러로 한국보다 150억 달러 이상 많이 수출한 대만에는 정작 12억4000만 달러의 관세만 부과됐다. 이에 대해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반도체를 주로 수출하는 대만의 경우 아직 품목 관세율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2분기 실효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