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초·중·고교가 전국적으로 400곳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로 치면 직원이 고객보다 많아 문을 닫아야 하지만 학교라는 이유로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다. 이 같은 ‘한계 학교’는 최근 4년 새 배 이상 늘었고,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학교 규모가 지나치게 작으면 교육력이 떨어져 학생들이 피해를 볼 뿐 아니라 교육 재정의 비효율도 커진다. 학교 통폐합을 포함한 학교 규모 적정화 정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최근 5년 소규모 학교 현황’에 따르면 교직원이 학생보다 많은 학교는 올해 392곳으로 집계됐다. 저출생 여파가 본격적으로 학교 현장을 덮치면서 한계 학교 수는 매년 껑충 뛰고 있다. 교직원이 더 많은 학교는 2021년 172곳에서 2022년 204곳으로 처음 200곳을 넘었다. 이후 매년 50곳가량 늘었고, 올해는 증가폭(82곳)이 더욱 커졌다.
한계 학교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한계 초등학교는 2021년 99곳에서 올해 297곳으로 3배 증가했다. 중·고교는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지만 초등학교 졸업생이 급감하기 때문에 중·고교에도 ‘예고된 미래’다.
교직원 1명당 평균 학생 수가 3명 이하로 한계 학교 직전 단계에 놓인 곳도 2276곳이나 된다. 초등학교 1677곳, 중학교 521곳, 고교 78곳이었다. 중·고교 비중(26.3%)이 상당해 조만간 한계 학교가 중·고교에서도 속출할 전망이다.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해 ‘폐교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학교는 210곳이었다. 초등학교(193곳)가 월등히 많았다. 이런 학교는 2021년 124곳, 2022년 149곳, 2023년 163곳, 지난해 186곳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입생이 3명 이하(0~3명) 학교 역시 내년에 10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940곳으로 집계됐는데, 2021년 625곳에서 4년 새 50.4% 증가한 수치다.
교육계 관계자는 “과밀 학급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작은 학교도 학생에게 좋지 않다”면서 “학습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회성을 기를 시기에 다양한 친구들과 접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 당국이 더 이상 지역사회와 해당 학교 동문회 등의 눈치를 살피며 학교 규모 적정화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