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10개월 할부’ 보상안에 뿔난 롯데카드 소비자들 “피해자 조롱”

입력 2025-09-21 18:54
롯데카드 고객들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카드 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이날부터 해킹으로 회원정보가 유출된 고객 297만명 중 카드 부정사용 우려가 있는 28만명을 대상으로 카드 재발급을 시작했다. 윤웅 기자

롯데카드 해킹 사고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 3400여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소송에 참여하려는 이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롯데카드가 제시한 무이자 10개월 할부 등 피해 보상안이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카페)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3416명이 집단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소송 모집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참하려는 고객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킹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고객들은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대국민 사과 당시 발표한 해킹 피해에 대한 보상안이 미흡하고 회사가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한다. 암호화된 카드번호와 가상결제 코드 등이 유출된 A씨는 “해킹 발생 뒤 피해 내용이나 규모 안내가 너무 늦어 기다리는 시간 동안 불안감이 컸다”며 “보상안이라고 들고나온 내용이 무이자 할부 10개월 등인데 불안해서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롯데카드는 해킹 피해 사실을 전하면서 고객 정보가 유출된 고객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카드번호, CVC번호 등까지 유출돼 부정 사용 가능성에 노출된 28만명에게는 카드 재발급 시 다음 해 연회비를 한도 없이 면제하겠다고 했다.

다른 고객 B씨도 “‘금전적 피해는 보상한다’는 당연한 것을 후속 조치라고 얘기하는 게 어이가 없다”며 “지금도 유출된 정보가 어디에 쓰이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고객에게 정보 관리에 대한 부분은 설명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 현실적인 피해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롯데카드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할인 혜택을 받는 고객은 카드 해지가 어려운데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C씨는 “대여, 약정 상품과 관련된 상품을 사용하고 있어 해지하고 싶어도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해킹 사고로 200GB(기가바이트)의 대규모 개인정보가 빠져나가면서 추가 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큰 상황이다. 해킹으로 발생한 부정 사용인지, 일반적인 사례인지 롯데카드 측의 확인이 늦어 불안을 키운다. A씨는 지난 11일 해외 한 여행 사이트에서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약 250만원이 결제돼 롯데카드에 즉시 신고했지만 지난 15일에야 결제가 취소됐다. A씨는 “롯데카드에서 이번 해킹 사고와 무관한 피싱 사례라고 안내했다”며 “그러나 ‘100% 확신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고 했다.

롯데카드는 이번 해킹으로 인한 부정 사용 사례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우려가 큰 것은 당연하지만 부정 사용 시도나 실제 피해 사례는 한 건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상안에 대한 고객 불만에 대해선 “고객 피해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전사적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