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6·27 대출 규제가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최대 2.1% 포인트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부진과 부동산·가계부채 리스크가 겹친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보다 대출 규제가 먼저 이뤄지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뒤따랐다.
한국은행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거시건전성 정책의 파급 영향 분석 및 통화정책과의 효과적인 조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경기 대응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월평균 0.43%씩 누적 8.2% 올랐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3·4분기 각각 0.1%에 그친 뒤 1분기에 -0.2% 역성장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하라는 상충하는 정책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의 선택은 6·27 대출 규제였다. 한은은 이 선택이 상당한 금융 안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가 없었을 경우 하반기 5.9% 오를 수 있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6·27 규제로 상승 폭이 1.6~2.1% 포인트 감소한다. 마찬가지로 연말까지 4.8% 증가가 예측됐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규제 이후 증가율이 1.2~1.6% 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이 같은 ‘선 규제·후 인하’ 조합은 선후가 뒤집혔을 때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한은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선행한 대출 규제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에 따른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 압력(1.4%)을 약 0.4% 포인트 축소시킨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리 인하 4~6개월 후 대출 규제가 이뤄질 경우 효과가 0.2~0.3% 포인트로 줄었다.
추동호 한은 경제모형실 거시모형팀 과장은 “(선 인하, 후 규제 시) 금융 안정에 대한 정부의 대응 의지가 소극적이라고 인식돼 기대 심리를 키운다”면서 “늘어난 유동성도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부문으로 유입돼 (금리 인하의) 성장 제고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이달 들어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 증가 폭이 급감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366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675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 평균 증가액도 약 260억원으로 지난달(1266억원)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329억원밖에 늘지 않아 일 평균 증가액이 약 1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달(1194억원)과 비교했을 때 6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단정하기에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지난달 말일 대비 감소했다가 지난주 급격히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