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카드 해킹 사고 이후 자사와 무관하다며 되레 피해를 호소해 역풍을 맞고 있다. 297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분 20%를 보유한 주요 주주가 서둘러 발을 빼는 모습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각 당시 ‘롯데’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허락한 그룹 입장에선 피해 회복이나 사고 수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롯데그룹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에 속한 계열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객 오인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해킹 사고로 인해 롯데는 회복하기 어려운 유무형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롯데카드 측에 브랜드 가치 훼손과 고객 신뢰도 하락 등 중대한 피해를 입은 데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주주가 낼 수 있는 입장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를 2019년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은 넘겼지만 지분 20%는 남겼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이용할 때 카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마케팅으로 그룹 내에서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이에 해킹 사고가 그룹과 무관하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20%는 주주총회 소집과 주주 제안 등을 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지분”이라며 “경영권은 없지만 사업 제휴 등을 통해 매출에도 영향을 주므로 롯데그룹과 무관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사용을 허락해놓고 고객 오인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롯데카드 매각가 약 1조4000억원에는 브랜드 사용료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