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에 몰려든 부모들… ‘3분 진료’의 한계 실감해

입력 2025-09-23 00:01

얼마 전 진료실을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여러 기관에서 강연 요청이 오는데, 이번엔 관악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아이의 건강과 육아를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오전 시간대였고 병원과 거리가 있어 참석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50명 가까운 보호자들이 강연장을 가득 채웠고 그 중에는 아빠도 7~8명,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온 엄마도 10명 가까이 있었다. 먼 길을 마다 않고 아이를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낸 그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연은 두 파트로 구성됐다. 나는 아이의 성장과 예방접종,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질환에 대해 설명했고 함께 간 소아정신과 선생님은 훈육과 발달, 문제 행동에 대해 강연을 이어갔다. 약 한 시간 강연이 끝난 뒤 미리 받은 10여개의 질문에 답했는데, 이때부터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보통 몇 개의 질문으로 마무리되기 마련인데 이날은 손을 든 보호자가 30명 가까이 됐고 질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질문 내용은 각양각색이었다. 신생아 수유와 잠투정, 반복되는 복통으로 병원을 찾는 고민, 아토피로 인한 알레르기 검사와 관리법, 맞벌이 부부가 훈육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비슷한 주제처럼 보여도 아이의 기질과 상황은 모두 다르기에 답변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진료실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비슷해도 100명의 아이에게는 100가지 답이 있다. 환경과 발달 속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당부했다. “부모님은 아이를 1~2명만 키우지만 소아과 의사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아이를 진료하며 경험을 쌓습니다. 고민이 생길 땐 언제든 가까운 조언자로 우리를 찾아 함께 해답을 찾길 바랍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늘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음에도 줄을 서 질문을 이어가는 보호자들이 있었다. 짧은 3분 진료로는 다 나누기 어려운 깊은 소통이 부모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다. 병원 안에서만 아이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진료실 밖에서 함께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실감했다. 그날 함께해 주신 모든 부모님들의 열정에 진심 어린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