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기 아동과 10대에게 정상 청력과 난청의 경계인 ‘최소 청력 손실(minimal hearing loss) 상태’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또 현재의 영유아 검진에 청각선별검사 도입, 학교 건강검진의 부실한 청력검사 재정비 등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청력 예방 교육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려대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장지원 교수는 최근 대한이과학회 주최 귀 건강 포럼에서 국내 청소년의 청력 건강 실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세기가 0~25dB이면 정상 청력, 26~40dB은 경도, 41~55dB은 중등도, 56~70dB은 중등 고도, 71~90dB은 고도, 91dB 이상이면 심도 난청에 해당된다. 최소 청력 소실은 16~25dB 정도로 정상으로 분류되지만 소음 속 말소리 인지, 학업 수행력, 사회성 발달 등에 제약을 받는다.
장 교수는 22일 “주변이 시끄러우면 말소리를 잘 못 알아듣고 되묻는 등의 증상이 많아지고 산만해 보인다”면서 “아이들은 작은 청력 손실 수준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영향조사(2010~2012년)에서 12~19세의 최소 청력 소실은 한쪽 귀 5.15%, 양쪽 귀 0.76%로 난청 유병률(한쪽 3.68%, 양쪽 0.27%)보다 높게 보고된 바 있다. 또 2016년 이과학회가 중1, 고1 학생 3000명을 조사한 결과 최소 청력 손실이 16%(양쪽은 5.9%)에 달했다.
이어폰·헤드폰 등 개인 청취기기 사용 증가로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소리에 지속 노출되고 PC·게임방 같은 소음 환경이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의하면 모바일 게임기기 소리 크기는 43dB 이상, PC방·게임센터는 80~89dB에 달한다. 순간 충격음은 최대 119dB까지 보고돼 아동은 물론 성인의 안전 노출 기준을 초과한다. 이런 소음 환경에 지속 노출되면 조기에 난청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생애 주기의 여러 단계에서 청력 손실 여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청각선별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는 모든 신생아 대상 청각선별검사 외에 40·60세 생애 전환기 순음청력검사를 받기까지 영유아 검진, 학교 건강검진에서 제대로 된 청각선별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장 교수는 “총 8차례의 영유아 검진은 엄마 대상의 청각 문진, 귓속말 검사가 전부다. 5차 검진(4~5세) 때는 청각선별검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학교 건강검진은 1000㎐ 단일 주파수에서 20dB 또는 40dB을 들을 수 있는지 없는지만 평가하므로 고주파수 대역 난청은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