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내란 사건을 포함해 특검 3개의 사건을 각각 담당할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재판 지연 등 역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고인 측에서 절차마다 위헌성을 다투면서 오히려 재판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이 실제 위헌 판단을 받으면 그간 진행한 재판 절차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대표 발의한 전담재판부 법안은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의 1심과 2심을 각각 담당할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이전 특별재판부 법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담’이라는 재판부의 명칭과 내란 외 다른 특검 사건을 맡을 전담재판부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특별재판부가 특정 사건을 특정 판사에게 맡게 해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기존 법원에도 있는 전담재판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추천위원회 구성도 특별재판부 법안과 달라졌다. 삼권분립 침해 논란이 있었던 국회 몫 3명을 제외하고 법무부 추천위원 1명을 추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판사회의 몫은 각각 4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명칭과 추천위 구성 변화만으로는 외부에서 개입해 사법 독립을 침해한다는 위헌성 논란을 본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강행하면 재판부 구성에서부터 절차 진행 등 전 과정에서 위헌성 시비가 불거지며 오히려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추천위 구성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외부 인사의 적법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 내에선 판사회의의 권한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21일 “판사회의에 사무분담 권한을 주는 것인데 명백히 법원장과 사무분담위원회의 권한과 충돌한다”며 “더군다나 전담재판부를 하려는 법관이 없는데 사지에 갈 동료를 추천할 판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담재판부가 구성되면 피고인 측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거나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전담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기피 신청을 낼 수도 있다.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고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법안에 따라 진행된 재판 절차가 모두 무효가 된다. 또 다른 판사는 “법안이 통과되면 오히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판 지연 카드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위헌 판단과 별개로 19차 공판기일까지 진행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을 전담재판부에 재배당하면 갱신 절차에도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법안은 갱신 절차를 간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과 수만 쪽에 이르는 기록의 양을 고려할 때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한 부장판사는 “현실적으로 재판을 가장 빨리 끝낼 방법은 지금 재판부가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위헌성 시비에도 민주당이 전담재판부를 주장하는 건 결국 현 재판부와 영장전담판사 등 사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전담재판부 법안에는 제안 이유로 ‘국민적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공판 진행’이 적혀 있다.
양한주 박장군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