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명당’ 쟁탈전 요지경… 호텔 1박 1300만원·아파트 50만원

입력 2025-09-22 02:04 수정 2025-09-22 07:16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장면. 연합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여의도 일대가 ‘불꽃 명당’을 차지하려는 경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근 호텔들은 이 기간을 ‘초특수 시즌’으로 보고 객실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불꽃이 잘 보이는 아파트 베란다나 돗자리 명당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위쪽 사진). “돈 없으면 불꽃도 보기 어렵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축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수요와 명당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의 공급이 맞물리며 ‘불꽃축제 인플레이션’도 날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2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불꽃축제(9월 27일)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여의도·용산 일대 호텔 객실 요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강공원 인근 콘래드 서울의 27일 일반 리버뷰 객실(이그제큐티브 룸)은 평소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뛰었다(아래쪽 사진). 불꽃이 보이지 않는 시티뷰 객실조차 주말 평균 요금의 두세 배로 책정됐다. 여의도의 한 고급 호텔 스위트룸은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해 1박 요금이 13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부근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그룹이 2000년부터 주최해 온 국내 대표 무료 행사다. 매년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개인 간 거래는 중고거래 앱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진다. 최근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는 “전날 밤부터 텐트를 쳐서 명당을 확보해주겠다”는 내용의 ‘불꽃놀이 텐트 명당자리 대행’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자리 확보 대가로 15만원에서 18만원에 달하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도 돈벌이에 쓰인다. 불꽃축제 명당으로 꼽히는 한강변 아파트 베란다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5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여의도 한강뷰 최고층에 거주한다고 밝힌 당근의 한 작성자는 “명당 최고층을 대여한다. 4명은 충분히 여유 있다”며 48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불꽃축제 객실 패키지 양도도 심심찮게 보인다. 정가 35만원짜리 객실을 90만원에, 서울 용산구 고급 호텔 1박 숙박권을 160만원에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불꽃 명당’을 둘러싼 거래가 매년 노골화되면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여의도의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페스티벌 겟어웨이 패키지는 ‘소비자 기만’ 논란을 불렀다. 불꽃축제 관람객을 겨냥해 내놓은 페어몬트룸(65만원·부가세 별도)과 디럭스룸(70만원)에는 불꽃이 보이지 않는 객실도 포함돼 있다. 부산 역시 11월 열리는 제20회 부산불꽃축제를 앞두고 인근 숙박업소들이 최대 5배에 달하는 바가지요금을 매겨 도마 위에 올랐다.

불꽃축제가 일회성 경제적 파급 효과에만 치우치지 않고, 시민 모두가 공평하게 향유할 수 있는 축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 전체가 즐기라고 만든 축제가 일부의 상업적 점유로 변질되고 있다”며 “축제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