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심화하면서 경제부처 개편은 일괄 시행 대신 단계적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계획대로 내년 1월에 조직개편이 완료되지 못하고 상반기까지 미뤄질 경우 6월 지방선거 일정과 겹쳐 국정 운영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정부 조직개편안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기재부의 거시·정책·세제 기능에는 국내 금융정책이 추가되면서 ‘재정경제부’로 재편될 전망이다.
문제는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기능 분리를 비롯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입법 지연을 예고하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은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어 본회의 상정이 어려운 상태다. 여당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통해 강행하더라도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소 180일간 상임위원회에 묶여 있어야 한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재정경제부는 금융정책이 빠진 불완전한 상태로 출범해 내년 4월에야 온전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그동안 정책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인선이 늦어짐에 따라 실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일정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직개편 영향권에 있는 경제 부처들이 불완전한 상태로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선거 직전의 추가 지출이나 예산 조정 과정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직개편 지연으로 막바지 지역 예산 확보나 선거 비용 반영이 어려워지면 여야 모두 선거 전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