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여야 첫 협치 상징물 ‘민생경제협의체’ 좌초 위기

입력 2025-09-21 18:52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정청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기념촬영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여야는 당시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정국이 경색되며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의 첫 협치 결과물이었던 여야 ‘3+3 민생경제협의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협의체를 파기했다며 일정 재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도 내란 관련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고 밝혀 여야 협치는 앞으로도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생경제협의체에 대해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본인들 잘못으로 파기한 건데 어떻게 순연이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 도의의 문제”라며 추가 일정도 논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인 파기에 대한 야당의 사과도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당대표나 당사자가 사과 한마디, 일언반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때문에 (협의체를) 못하겠다고 해놓고 민주당이 정부조직법을 일방적으로 상정해서 파기했다고 다른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 주도하에 만들어진 첫 여야 협치 상징물이었던 민생경제협의체마저 현실화가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정청래 민주당·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고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정책위수석부의장, 원내정책수석부대표 ‘3+3’ 형태로 구성하고 지난 19일 상견례 및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야당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기습 상정 등을 이유로 협의체 회의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김건희 특검의 압수수색 탓에 협의가 불발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와 당원명부 데이터베이스(DB) 관리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민생경제협의체 하자고 하면서 (민주당이) 바로 정부조직법을 단독 처리하고 뒤통수를 때리려고 했다”며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하는데 힘으로만 밀어붙이니 당황스럽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민생경제협의체 회의 전날 특검 수사가 당을 향한 것에도 “영장 발부 한참 뒤에 압수수색이 들어왔다”며 “정부조직법 날치기 등에 대한 여론을 희석하기 위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민생경제협의체 무산 여부에 대해선 “파기는 아니다”고 말해 후속 논의 의지를 내비쳤다.

여야 협치의 물꼬가 될 예정이었던 민생경제협의체가 난항을 겪으며 여야 관계 정상화도 요원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은 함께하지만 내란 관련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며 민생과 내란 척결을 분리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과의 대화 원칙은 분명하다”면서도 “내란 책임과 실체 규명 없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다. 내란 척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이형민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