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공감으로 가정 회복… ‘안전한 대화법’ 활용을

입력 2025-09-22 03:02
김덕수(오른쪽) 박사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독교학술원 월례 학술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제공

한국사회의 가정 붕괴와 결혼 위기를 치유할 대안으로 ‘안전한 대화법(Safe Conversation)’을 교회 사역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교수)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에서 제112회 월례 학술포럼을 열고 기독교인의 정신건강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김덕수 숭실대 상담심리학 박사는 ‘목회자 부부 치료를 통한 기독교인의 정신건강과 영성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문제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건강한 부부관계가 가정과 교회 회복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미국의 부부 상담 전문가 하빌 헨드릭스가 개발한 ‘이마고 부부 대화법’을 공부해 국내에 소개한 안전한 대화법 전문가다. 안전한 대화법은 갈등 상황에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경청·반영·공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대화 훈련이다. 그는 “부부가 서로의 부정적 이미지를 직면하고 대화 속에서 치유할 때 성경이 말하는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 2:24, 엡 5:31)의 원리가 현실에서 구현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목회자 부부들을 대상으로 안전한 대화법 훈련을 적용한 연구·실습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반복 훈련을 통해 목회자 부부의 관계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안전한 대화법 교육을 교회 사역으로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가정 회복은 물론 전도사역의 접촉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그는 목회자들의 현실을 강하게 꼬집으며 “교회를 위해 가정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고 자랑하듯 보는 일부 목회자의 시각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운전 기술이 몸에 익듯 반복 훈련을 통해 내면화하면 부부, 부모·자녀, 교회 공동체 모든 관계의 질이 바뀐다”고 했다. 또 이 사역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존재로 사모를 조명하며 “사모가 안전한 대화법을 익히면 먼저 부부 사이가 회복되고 이후 교회 안 부부 상담으로 이어져 행복한 부부, 행복한 가정, 건강한 교회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논평에 나선 서충원 서울신학대 교수는 “해체주의 시대에 ‘유사 인간’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목회자는 단순한 교리 전달을 넘어 공감과 상담학적 지혜로 상처 입은 영혼을 돌봐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경청·이해·위로·지지는 신학과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이라며 “교회가 상처 난 가정을 치유하는 현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원장은 개회사에서 “인공지능 혁명과 물질문명이 인간의 내면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 시대,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도덕적 위기와 가정 해체를 막을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공감하는 존재”라며 신앙을 통한 정신건강 회복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