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세 번째 나토 영공 침범… 유럽 맹비난

입력 2025-09-21 18:43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미그-31 전투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한 뒤 발트해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 스웨덴 공군이 공개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이어 이번에는 에스토니아다. 이를 두고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나토 동부전선 대비태세를 시험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는 19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오전 러시아의 미그(MiG)-31 전투기 3대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정예 공군이 행할 법한 종류의 행위가 아니었다”며 의도적 침범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나토는 러시아 전투기 침범이 확인된 직후 ‘이스턴 센트리’(동부전선 감시경계)에 따라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이탈리아의 F-35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속 대응 항공기도 출격했다.

이스턴 센트리는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에 대응하기 위해 동부전선 일대에서 나토가 12일부터 새롭게 개시한 감시 작전이다. 에스토니아는 자체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으로, 이스턴 센트리 개시 이전에도 다른 나토 회원국들이 발트해 공중 초계 임무를 교대로 맡아 왔다.

에스토니아는 이날 오후 나토 4조 발동(긴급 협의)을 요청했고, 러시아 대리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했다. 유럽 각국도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에스토니아 총리를 지낸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위협이 고조된다면 우리의 압박도 증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 군용기는 합의된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에스토니아 영공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엑스에 미그-31 3대의 이동 경로를 표시한 이미지를 공개하며 러시아 측 주장을 반박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