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차 → 전기차 개조 뜨는데… 한국은 뒤늦게 시동

입력 2025-09-22 02:07
게티이미지뱅크

내연기관차의 엔진을 떼고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해 전기차로 개조하는 ‘전기차 컨버전’ 시장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각국이 정한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전기차 컨버전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전기차 컨버전 사업이 활발하다. 완성차업체 중엔 제너럴모터스(GM)가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 전기차 개조업체 EV웨스트는 소비자가 직접 개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클래식카에 대한 전기차 개조 키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는 글로벌 전기차 컨버전 키트 시장이 지난해 38억 달러(약 5조3200억원) 수준에서 2034년 318억6000만 달러(약 44조5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 컨버전은 일반적으로 전기차 신차를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배터리 등 부품 성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기차 신차에 비해 약 30~50%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신차 보급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기차는 제조 과정에서 적잖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기존 내연기관차를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영국 전기차 개조업체 대표는 “엔진만 교체하면 주행이 가능한 기존 내연기관차 수백만대를 무조건 폐기하도록 조장하는 건 재앙과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술력으로도 전기차 컨버전은 가능하다. 다만 개조한 전기차가 실제 주행하려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은 외국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 미국은 전기차 개조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주지만 한국은 정부 지원이 사실상 없다. 실제로 여러 국내 업체가 전기차 개조사업을 시도했지만 이런 문제들이 발목을 잡아 문을 닫았다. 김주용 라라클래식 대표는 “한국은 컨버전 대상 차량의 제한, 부품수급, 규제 등으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도 최근 들어 전기차 컨버전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와 오토살롱테크 조직위원회는 지난 19일 ‘전기차 컨버전, 새로운 시장 열린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 회장은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컨버전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도적 지원과 안전성 인증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차 컨버전을 통해 기존 정비업계가 살길을 모색할 수 있을 거란 의견도 있다. 김호경 한국교통안전공단 팀장은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관련 안전성 검증 기술을 개발해 위기의 정비업계가 전기차 정비·튜닝 업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