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만나는 트럼프·시진핑… 갈등중인 현안 빅딜 이뤄질까

입력 2025-09-22 0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31일부터 이틀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하면서 미·중 전략 경쟁이 새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처음이자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만인 두 정상의 만남은 향후 미·중 관계를 가늠하는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뒤 트루스소셜에서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경주 APEC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약식 회동인지 정식 회담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 회담을 이어가는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내가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미·중 간에는 첨예하게 갈등 중인 현안이 많다. 양국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145%, 중국의 대미 관세가 12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5월 115% 포인트씩 관세율을 인하하는 휴전에 합의했다. 관세전쟁 휴전은 11월까지 연장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대만 문제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 문제도 중요 현안이다.

이런 상황에 두 정상이 경주에서 대면하면서 특정 현안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관세를 낮추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보잉 항공기 등을 구매하는 방안이 미국 언론에서 거론된다.

특히 중국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에 매각하는 것이 빅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와 시 주석의 통화에서 사실상 매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합의가 다 됐다고 100% 확신한다. 이제 서명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CNN은 “중국 지도부가 트럼프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는 수백만의 미국인이 애용하는 앱(틱톡)을 지렛대로 삼아 훨씬 더 중대한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